Notion을 3년 썼다. 처음엔 예쁜 메모장이었고, 지금은 에이전트가 드나드는 인프라가 됐다.
올해 초에 문득 깨달았다. 같은 앱을 쓰고 있는데, 하는 일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 과정을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반나절짜리 Wiki
2022년 12월, 개인 Notion을 처음 세팅했다. 회사에서는 쓰고 있었지만 내 공간으로 만들어본 적은 없었다.
Wiki 하나 만드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토글 여는 법부터 검색했다. 이쁘긴 했다. 근데 한 달 지나니까 어디에 뭘 적었는지 모르겠더라. 페이지만 늘고, 찾을 수가 없었다.
데이터베이스를 알고 나서
전환점은 데이터베이스였다. 처음엔 테이블이랑 뭐가 다른지도 몰랐다.
근데 필터 하나 걸어보니까 세상이 달라졌다. 지난 달 내가 내린 결정들만 모아볼 수 있었다. 태그 하나로 흩어져 있던 아이디어가 줄기로 연결되는 게 보였다. 예전에는 적고 잊었는데, DB를 쓰니까 적은 것이 다시 살아났다.
그때부터 적는 방식을 좀 바꿨다. 나중에 Seeds DB를 만들 때도 이 방식을 그대로 썼다.
외부 데이터가 들어오면서
Notion이 달라진 건 바깥 데이터를 연결하면서부터였다.
CSV 임포트하고, 릴레이션 걸고, 롤업으로 집계하고. 가장 까다로웠던 건 Key 보존이었다. 외부 데이터를 가져올 때 고유 키가 날아가면 레코드가 엉킨다. 이거 해결하는 데 며칠 걸렸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이 경험이 이후 모든 자동화의 기초가 됐다. API로 데이터를 넣든 에이전트가 DB를 건드리든, Key로 정합성을 잡는 원칙은 같았다.
그리고 에이전트가 왔다
3년이 지났다. 같은 Notion인데 쓰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 있다.
MCP를 통해 Claude가 내 Notion DB에 직접 접근한다. 내가 브라우저를 열지 않아도 Claude가 Seeds DB를 훑어서 “이 씨앗들 엮으면 글이 되겠는데?”라고 제안한다. seed-harvester라고 이름 붙인 워크플로우다. 이 글도 그렇게 AI가 초안 작성을 도와주었다.
매일 아침에는 파이프라인이 돈다. AI 업계 리서치를 수집해서 Notion DB에 자동으로 쌓는다. 내가 하는 일은 출근길에 훑어보는 것뿐이다.
처음엔 블록 하나를 배웠다. 그 다음엔 DB를, 그 다음엔 Key를 배웠다. 지금은 에이전트가 그 위에서 움직인다. 반나절짜리 Wiki에서 시작한 게 여기까지 온 거다. 다음 3년은 또 어떻게 달라질지, 솔직히 감이 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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