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와 컵케이크를 같이 굽기로 했다.
애들이랑 놀 주제를 찾다가 정한 거였다.
부랴부랴 지하철 타고 고속버스터미널 B&C 마켓까지 가서 아몬드가루, 초콜릿, 스프링클을 샀다.
일단 굽는다
오븐 170도 예열. 머핀틀에 유산지를 깔았다.
실온 버터에 설탕을 넣고 핸드믹서로 색이 옅어질 때까지 휘핑. 2~3분.
노른자만 1개씩 넣어가며 섞고, 흰자는 따로 보관.
아몬드가루와 박력분, 베이킹파우더를 체에 쳐서 우유와 번갈아 2~3번 나눠 넣는다.
흰자는 깨끗한 볼에서 단단한 뿔이 설 때까지 휘핑해 반죽에 1/3씩 살살 폴딩.
틀에 80% 채우고 스프링클 솔솔.
170도에서 20~25분, 이쑤시개로 찔러 깨끗하면 완성.
저번에 실패했던 크림화는 실온이 문제였다.
이번엔 그걸 주의했더니 버터도, 흰자 머랭도 부드럽게 올라왔다.
굽기 직전에 초콜릿 청크와 스프링클을 올렸는데, 초콜릿은 녹아 흘러내렸고 스프링클은 색을 잃지 않았다.
미국 달디달디달디 단 컵케이크 모양이 됐다. 둥이들이 좋아했다.
빵에는 관심 없고 초콜릿만 먹으려고.


근데 왜 머랭은 따로 만드는 걸까
받아들이고 따라하던 레시피였는데, 갑자기 궁금해져서 검색했다.
알고 보니 공기를 단백질 그물망에 가두는 일이었다. 흰자를 휘핑하면 단백질이 풀려 공기를 둘러싼다. 오븐 열로 그 공기가 팽창하며 부푼다.
그래서 레시피 순서에도 이유가 있었던 거다. 공기는 총 세 번 들어간다.
- 버터+설탕 크림화 — 설탕 결정이 버터에 마이크로 공기 구멍을 뚫는다.
- 머랭 폴딩 — 큰 거품이 끼어든다.
- 베이킹파우더 — 오븐 열로 CO2.
깨지기 쉬운 머랭이 가장 마지막에 들어오도록 설계된 순서였다.
1692년부터 1984년까지
요리책은 인류의 누적 실험노트다.
1692년 François Massialot가 머랭을 처음 기록했다.
1843년 Alfred Bird가 베이킹파우더를 발명했다. 아내가 달걀 알레르기였기 때문이다.
1927년 Harry Baker가 시폰케이크를 올렸다.
1984년 Harold McGee가 베이킹의 화학을 대중에 풀어냈다.
순서는 과학보다 먼저 자리잡았다. 셰프들이 시행착오로 발견했고, 100년 뒤 과학자들이 설명해줬다.
아직은 초콜릿만 먹는 애들이지만
지금은 어려서 단백질 그물망 얘기는 못 해줬다.
좀 더 자라면 이런 것들 같이 얘기해야지.